KIA 양현종의 FA 계약 기준점은 김광현의 36억원인가…18시즌 2656⅔이닝의 가치, 안 아픈 게 최고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 아픈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막판 이렇게 말했다. 부임 후 2년 내내 크고 작은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년 연속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최소 한 차례 이상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심지어 2년 연속 시즌 도중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투수들(이의리, 윤영철)도 있었다.

그러나 딱 한 명의 투수, 양현종(37)에게는 예외였다. 양현종은 2024시즌까지 10시즌 연속 170이닝을 돌파했다. 올해도 충분히 170이닝이 가능한 페이스를 보였으나, 이범호 감독이 전반기 막판 한 차례 휴식기를 주고, 의도적으로 아웃카운트 1~2개를 덜 맡기면서 규정 이닝을 넘기는 수준으로 관리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올해 30경기서 153이닝을 투구하며 리그 최다 이닝 16위, 국내 투수 최다 이닝 6위를 기록했다.

특유의 촘촘한 루틴을 철저히 지켜오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던지는 노하우를 터득한 덕분이다. 커리어 초창기에는 크고 작은 잔부상이 있었지만, 30대 초·중반을 넘어선 뒤로는 오히려 더 건강하게 투구한다. 리그 전체를 봐도 이 정도 누적 스탯을 남기고도 안 아프고 뛰어온 선수는 거의 없다. 이 점은 반드시 인정받아야 한다.

양현종은 그렇게 통산 2656⅔이닝을 달려왔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사실 지난 2~3년간 성적은 눈에 띄게 저하됐다. 2021-2022 FA 시장에서 4년 103억원 계약을 맺었으나, 작년과 올해 평균자책점이 각각 4.10, 5.06으로 치솟았다.

올 시즌 성적은 7승 9패, 평균자책점 5.06, 피안타율 0.285, WHIP 1.49였다. 140km대 초·중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지만, 컨디션이 조금 안 좋으면 130km대 후반으로도 떨어진다. 여기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로 구성된 구종 조합이다. 커브 구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본인이 계획한 대로 정교한 투구 운영과 커맨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격을 당하기 쉽다.

그럼에도 여전히 양현종의 체인지업은 국내 우타자들에게 버거운 구종이기도 하다. 다만, 변화구들도 항상 날카로웠던 것은 아니다.

양현종이 자기관리의 신과도 같은 존재인 것은 맞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운동 능력이 자연스럽게 저하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좋았던 감각을 오래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 기복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양현종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으로 버텨왔다는 평가다.

올 시즌 도중 연장 계약을 체결한 김광현(2년 36억원) 케이스가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비슷한 커리어를 걸어왔으며, 둘 다 최근 1~2년 사이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양현종에게도 36억원이 자연스러운 일종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은 0%에 가깝다. FA가 타 구단으로 떠날 가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정도다. KIA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섭섭하지 않게 대접하고, 양현종 역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김광현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맺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다만, KIA에 양현종 외에도 내부 FA가 5명인 만큼, KIA가 양현종을 최우선순위로 계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KIA의 최우선 순위 FA 잔류 대상자는 여전히 최대어 박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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