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안 아픈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 막판 위와 같은 얘기를 했다. 부임 후 2년 내내 크고 작은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년 연속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최소 한 차례 이상 부상자명단 신세를 졌다. 2년 연속 시즌 도중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투수(이의리, 윤영철)들도 있었다. 그러나 딱 한 명의 투수, 양현종(37)에겐 예외였다. 양현종은 2024시즌까지 10시즌 연속 170이닝을 돌파했다. 올해도 충분히 170이닝이 가능한 페이스였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전반기 막판 한 차례 휴식기를 줬고, 의도적으로 아웃카운트 1~2개를 덜 맡기면서 규정이닝을 넘기는 수준으로 관리했다. 그래도 양현종은 올해 30경기서 153이닝을 투구했다. 리그 최다이닝 16위, 국내투수 최다이닝 6위다. 특유의 촘촘한 루틴을 철저히 지켜오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던지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커리어 초창기에는 크고 작은 잔부상이 있었지만, 오히려 30대 초~중반을 넘어선 뒤 더더욱 건강하게 투구한다. 리그 전체를 봐도 이 정도의 누적 스탯을 남겼는데 안 아프고 달려온 선수는 거의 없다. 이건 무조건 인정 받아야 한다. 그렇게 통산 2656⅔이닝을 달려왔다. 그런 양현종은 올 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로 FA 자격을 얻었다. 사실 지난 2~3년간 성적은 눈에 띄게 저하됐다. 2021-2022 FA 시장에서 4년 103억원 계약을 맺었고, 작년과 올해 평균자책점이 4. 10, 5. 06으로 치솟았다. 올 시즌에는 7승9패 평균자책점 5. 06, 피안타율 0. 285, WHIP 1. 49였다. 140km대 초~중반의 포심이다. 컨디션이 조금 안 좋으면 130km대 후반으로도 떨어졌다. 여기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조합. 커브 구사율도 높은 스타일은 아니다. 본인이 계획한대로 정교한 운영, 정교한 커맨드가 이뤄지지 않으면 얻어맞는다. 여전히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국내 우타자들이 버거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변화구들도 늘 날카로웠던 건 아니다. 양현종이 자기관리의 신과도 같은 존재인 건 맞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운동능력이 자연스럽게 저하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좋았던 감각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쉽지 않고, 기복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양현종 특유의 경기운영능력으로 잘 끌고 왔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 도중 연장계약을 체결한 김광현(2년 36억원) 케이스가 자연스럽게 언급된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비슷한 커리어를 걸어왔다. 둘 다 지난 1~2년을 통해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양현종에게도 36억원이 자연스럽게 일종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은 0%다. FA가 타 구단으로 떠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면 넌센스지만, 양현종은 0%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KIA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섭섭하지 않게 대접하고, 양현종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김광현과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맺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단, KIA에 양현종 외에도 내부 FA가 5명인 만큼, KIA가 양현종을 최우선순위로 계약하긴 어려워 보인다. KIA의 최우선순위 FA 잔류 대상자는 역시 최대어 박찬호다.
